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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무게중심이 다시 한번 상위 두 건설사로 쏠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반포 일대에서 나란히 승전보를 울렸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압구정 반포' 라는 키워드가 지금 시장에서 갖는 의미를 현황과 원인, 그리고 전망의 순서로 차분히 짚어본다.

현황: 압구정과 반포에서 동시에 깃발을 꽂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5구역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찬성률 58.9%**로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 조합원 1016명이 투표에 참여해 599명이 현대건설에 찬성표를 던졌고, 경쟁사인 DL이앤씨는 398표, 즉 39.2%를 받는 데 그쳤다.

압구정5구역의 사업 규모는 다음과 같다.

  • 대상: 압구정동 한양 1·2차 아파트 재건축
  • 규모: 지상 68층, 8개 동, 1397가구
  • 사업비: 1조4960억원
  • 제안 단지명: '압구정 현대 갤러리아'

주목할 지점은 현대건설의 압구정 내 누적 수주다. 2025년 기준 시공능력평가(시평) 2위인 현대건설은 앞서 압구정2구역(신현대 9·11·12차)과 압구정3구역(현대 1∼7차·10·13·14차, 대림빌라트) 시공권을 확보한 데 이어 5구역까지 가져갔다. 세 구역의 수주 규모만 9조8000억원에 이른다. 2구역이 2조7488억원, 3구역이 5조5610억원 규모다. 압구정 1~6개 구역 중 절반을 현대건설 한 곳이 가져간 셈이다.

시평이란 시공능력평가의 줄임말로, 건설사의 공사 실적·경영 상태·기술력 등을 종합해 매년 순위를 매기는 지표다. 발주처가 시공사를 가늠하는 핵심 기준으로 쓰인다.

반대편 축인 반포에서는 시평 1위 삼성물산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등)와 '래미안 원펜타스'(반포주공1단지 3주구)를 앞세워 신반포 19·25차 재건축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했다. 이 사업장에서는 조합원 60%가량이 삼성물산에 찬성표를 던졌다.

신반포 19·25차 재건축의 윤곽은 다음과 같다.

  • 대상: 잠원동 61-1번지 일대 신반포 19·25차와 한신진일, 잠원CJ 통합 재건축
  • 규모: 지상 49층, 7개 동, 613가구
  • 사업비: 6300억원
  • 제안 단지명: '래미안 일루체라'

이번 '빅 매치' 수주전에서 두 회사와 맞붙은 DL이앤씨와 포스코이앤씨는 고배를 마셨다.

원인: '하이엔드 브랜드=집값' 공식이 만든 쏠림

이 결과를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는 어렵다. 재작년부터 서울 한남동과 이른바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 대형 정비사업을 두고 건설사 간 수주 혈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1·2위 건설사로의 양강 쏠림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핵심 원인은 브랜드 프리미엄이다. 업계에서는 '하이엔드 브랜드=집값'이라는 공식이 형성되며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상위 두 건설사가 사실상 독식하는 구도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상위권 건설사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강남에선 래미안 아니면 디 에이치(The H·현대건설 하이엔드 브랜드)를 달아야 집값이 오른다는 인식이 계속 커지는 듯하다. 이주비 대출·금리 등 조건이 경쟁 건설사가 더 나은데도 건설사 브랜드를 보고 시공사를 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주비 대출 조건이나 금리 같은 정량적 요인에서 경쟁사가 더 나은 제안을 내놓아도, 조합원의 선택은 브랜드라는 정성적 가치로 기운다는 의미다. 재건축 조합원에게 시공사 선택은 단순한 시공 계약이 아니라 완공 후 자산 가치를 좌우하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하이엔드 브랜드가 곧 시세 방어와 상승의 보증수표로 인식되는 한, 자금 조달 조건의 우위만으로는 표심을 뒤집기 어렵다는 점이 이번 수주전에서 다시 확인됐다.

전망: 양강 구도의 강화 가능성과 점검 포인트

앞으로의 흐름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다만 드러난 지표는 일정한 방향성을 가리킨다. 실제 사업 진행이 가시화된 압구정 2~5구역만 보더라도 2·3·5구역을 현대건설이, 4구역을 삼성물산이 가져가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두 회사가 강남의 대장주 단지들을 분점하는 그림이다.

이러한 쏠림이 지속될 경우 예상되는 흐름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브랜드 진입 장벽의 고착화: 하이엔드 브랜드를 보유하지 못한 건설사가 강남 핵심 정비사업에 진입할 여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 수주 경쟁의 양극화: 조건 경쟁이 무력화되면, 중하위권 건설사는 강남 외 지역이나 비(非)하이엔드 사업으로 전략을 재편할 여지가 커진다.
  • 조합 협상력의 변화: 선택지가 두 곳으로 좁혀질수록 조합이 시공사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조건의 폭이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현재 드러난 패턴에 근거한 가능성이다. 향후 남은 구역의 수주전 결과, 그리고 금리·정책 환경의 변화에 따라 구도가 재편될 여지는 열려 있다.

실무적 관점에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조합원이라면 브랜드 가치와 정량적 조건(이주비·금리·공사비)을 분리해 따져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브랜드가 자산 가치에 기여하는 부분은 분명하지만, 그 프리미엄이 추가로 부담하는 공사비나 금융 조건을 상쇄할 만한지는 사업장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수주전에서 "조건이 더 나은데도 브랜드를 택했다"는 업계 관계자의 발언은, 역설적으로 양자를 분리해 점검할 실익이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

현대건설은 압구정에서 2·3·5구역을 묶어 9조8000억원 규모의 수주를 쌓았고, 삼성물산은 반포 일대에서 래미안 브랜드를 앞세워 신반포 19·25차를 가져갔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압구정 반포' 라는 키워드는 결국 하이엔드 브랜드를 축으로 한 강남 정비사업의 양강 쏠림을 압축한 표현이다. 조건보다 브랜드가 표심을 움직이는 구조가 확인된 만큼, 이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독자가 바로 점검할 다음 단계는 다음과 같다.

  • 압구정·반포 잔여 구역의 시공사 선정 일정과 결과를 추적한다. 양강 구도가 더 굳어지는지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 관심 사업장이 있다면 제안 조건을 브랜드·공사비·이주비·금리로 나눠 비교한다. 브랜드 프리미엄의 실질 가치를 정량적으로 따진다.
  • 하이엔드 브랜드 단지의 시세 추이를 비(非)하이엔드 인근 단지와 대조해 본다. '브랜드=집값' 공식의 실증 여부를 스스로 확인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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